변화+애자 ◁ 私

블로그를 안 한 요 며칠, 큰 변화가 있었다. 8월 17일에 썼던 결정과 관련된 일이다.

9월 1일, 여주에서 성남으로 이사를 했다. 여주로 이사를 간 지 반년도 안 되어서(정확하겐 5개월하고도 10일만) 다시 성남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런 저런,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사정 때문이었다. 사실 말로 설명할 수는 있지만 설명하다 보면 내가 구차해질 것 같아서 패스. -_-

아무튼 이사를 한 것은 좋으나, 문제는 이사 액땜(?)을 또 치뤘다는 것이다. 이미 몇 번의 이사를 하면서 그릇이나 컵을 깨먹거나, 혹은 장판을 쭉 찢어먹거나, 하여간 여러 종류의 이사 액땜을 치뤘었는데... 이번엔 여태껏 겪었던 그 어떤 액땜보다 가장 지출이 큰 액땜이었다.

바로 놋북의 모니터 고장. -_ㅜ

아마도 잠시 부동산 간다고 자리를 비운 틈에 이삿짐 아저씨가 컴이 들어간 가방을 바닥에 험하게(?) 두면서 고장이 난 듯싶다. 애지중지, 조심스럽게 관리하다가 가방에서 시선을 뗀 것은 그때뿐이니까. 결국 내 탓인 셈이다. 놋북이 있는 가방이라고 사전에 말해 두든지, 그도 아님 일찌감치 내가 챙겼어야 했는데. 물론 당시엔 험하게(?) 다룬 이삿짐 아저씨에 대한 원망이 들끓었으나... 어쩌겠는가? 내 불찰이 빚어낸 결과인것을. 쩝.

여하튼 고장난 놋북을 수리 센터에 들고 가니 견적이 30만원 이상 나왔다. 게다가 AS기간을 훌쩍 넘길 만큼 오래된 모델(;;)인데다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부품 재고가 있을지 없을지도 미지수랜다. AS 기사도 차라리 새 것을 사는 게 어떠냐는 뉘앙스였다. 췻, 그래도 내가 가진 놋북 중 가장 최신인데. 다른 놋북(일제)은 벌써 9년째에 접어드는걸.-_-

별수없이 재고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것을 기다리는 대신, 17인치 LCD모니터를 하나 구매해서 쓰고 있다. (14인치 모니터를 보다가 17인치로 발전! 크아~ 어쩌면 도리어 좋은 일일지도..;) 처음엔 초큼 불편했지만, 확실히 큰 모니터로 드라마를 보니 참 좋다. >_< 게다가 조만간 미드 새 시즌도 시작하고 말이지. 으흣~!

어쨌든 현재 난 바글바글한 사람들과 빽빽한 건물이 있는 성남에 산다. 저번 포스팅에 올렸던 건물 하나 없는 하늘의 모습이 아닌, 올려다볼 때마다 전선과 건물에 가려진 하늘만 보이는 곳에. 그래도 나쁘진 않다. 이 좁은 하늘이 조금 그리웠거든.


그리고 이사를 한 다음날인 2일, 이글루스의 애자 시사회 이벤트에 당첨이 된 덕에 김 여사와 함께 시사회를 다녀왔다. 둘 다 공통적으로 보고 싶었던 영화였기에 늦은 시각대의 관람이었는데도 결코 힘겹지 않았다. 김 여사는 평생 처음 시사회와 막차를 타 보셨다고 아이처럼 좋아하셨고.

애자는 말이다. 뻔한 스토리에 뻔히 예상이 되는 결말을 가진 영화다. 그런데도 보면서 훌쩍거리고 말았다. 어쩔 수 없었다. 김 여사와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원수처럼 지내는 내게 그 영화가 완전한 타인의 이야기로 보이는 건 애당초 무리였다. (하물며 애자는 안 팔리는 글쟁이. 물론 천재란 점에선 다르지만;) 비슷한 점을 찾을 생각을 별로 안 했는데도 영화가 끝난 이후 김 여사와 난 영화와 우리의 삶을 저절로 비교하고 있었다. 영화의 목적이 그것이라면 제작진은 적어도 김 여사와 내겐 성공한 셈이다.

더불어 영화를 보고 난 이후, 난 내게 새롭게 생긴 트라우마(?)를 알게 되었다. 이전엔 조금도 그렇지 않았는데 어느샌가 장례식 장면만 보면 절로 눈물이 나온다고 할까? 정확하겐 부모의 장례식 장면에만. 반년 가깝게 지난 일이라서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무래도 내 착각인 모양이다.

김 여사에게 언제까지 내가 이렇게 울게 될까, 라고 묻자 김 여사는 영원히, 라고 대답하셨다. 그게 김 여사의 바람인지 그도 아니면 진실인지는 모르겠다. 그저 부모의 죽음을 잊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만 깨달았을 뿐이다. 후우.

여하튼 애자는 김 여사와 내 인생에 두 번째로 울게 만든 영화였다. (첫 번째 영화는 양축. 지금도 그 유치한 영화를 보고 운 게 신기한;;)
애자도 다른 영화처럼 대박 났음 좋겠다. (책으로 나와도 괜찮을 것 같은데.)



사족, 그러고 보니 또 다른 이사 액땜도 했었다. 모기에게 눈을 물리는 바람에 이사한 다음날 내내 난 오른쪽 눈이 부풀어 있었고; 수정이는 입을 물리는 바람에 입이 3배 크기였었다. -_-; 이번 이사는 유난히 액땜이 많다. 그게 앞으로 좋을 일이 생길 것이라는 조짐이었으면.

사족2, 오늘은 9월 11일. 911 테러가 일어난 지 벌써 8년이나 지났다.
짐을 싸며 뉴스를 보곤 놀랐던 기억이 어제처럼 생생한데, 벌써 8년. 세월은 정말 빠르다. 그러나 사람의 가슴에 남은 상처는 아직도 그대로겠지.


이미 경험한 안 좋은 일에 대한 아쉬운 감정은 남은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내내 좋은 약이 되어 다시는 그런 일을 경험하지 않게 한다.
라 브뤼에르 『인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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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예찬 2009/09/12 00:57 # 삭제 답글

    이유야 어찌 되었든 다시 지하철이 다니는 세상으로 나오신 걸 축하드립니다~~~
  • Myggol 2009/09/12 18:05 #

    지하철보다 생활소음이 더 반갑더라.-_-;;
  • 박미연 2009/09/12 01:44 # 답글

    웰컴 투 도시(??)!!

    그러게요. 9.11 이라고 항공기며 한국에서 걸려오는 전화, 난리법석에 하루종일 시엔엔까지. 그때가 생생한데 벌써 8년이라니...얼마전에 911 테러 관련 다큐를 봤는데 너무나 쉽게 그 화면들이 텔레비전에 반복 재생이 되서 상처가 아물 시간이 없다고 울던 분이 생각나네요...

    상처는 또 다른 상처를 만들기도 하지만 힘이 되기도 하지요;;;; 힘내세요. 참 여행 잘 다녀오세요!

  • Myggol 2009/09/12 18:06 #

    그러게. 금욜에 케이블에서 해 준 '월드 트레이드 센터'보면서 참 마음 착잡하더라고. 생판 남이 봐도 착잡하니 실제 겪은 이들은 더 하겠지. 에휴.

    그리고 아직 여행 안 갔다네. -_-
  • 2009/09/13 00:15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싱클레어 2009/09/18 20:06 # 답글

    드디어 도시로 재입성하셨군요. 여주와 싸부는 어울리지 않았어요.ㅋㅋㅋ
    언제 서울 가면 볼 수 있겠네요?-_-)/ 밥 사줘요.닭갈비로....
  • 유키라 2009/09/22 02:08 # 답글

    시간이 정말 어떻게 지나는지도 모르는 요즘...드라마로 한주를 측정중이죠. 고마운 여왕님+ㅁ+
    돌아온 성남에선 부디 마음편한 날들만 가득하시길~!

    근데 이사엔 왜 액땜이 따라 붙는지...흑
    전 작년 친구집에서 잠시 머물다 이사했는데 아끼던 책 전질을 친구가 모르고 버린~
    아직도 생각하면 아까워서 미치는 중이죠. 그래서 다시 구하지도 못하는...그렇다고 친구를 미워할수도 없는...에고

    건강하게 잘 다녀오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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