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요... ◁ 私

몸의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추워서 그렇다고 우기고 싶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쯤 이미 알고 있다. 그래도 왠지 모르게 자꾸 우기고 싶다. 그냥 추워서 떠는 거야, 그냥 그런 거야...라고 몇 번이고 곱씹고 또 곱씹지만... 굳게 닫아둔 창문 사이로 찬 바람은 조금도 들어오지 않는다.

사실 내가 이럴 줄은 몰랐다. 오래 전부터 예상했던 일이고, 이런 식의 연락이 올 것을 상상했던 적도 있었다. 농담처럼 그랬으면 좋겠다고 어린 티를 내기도 했었는데, 정작 실제로 닥치고 보니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다. 게다가 이 떨림은 정말 나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눈물까지는 더더욱.

더 없이 냉랭하고도 더 없이 차갑게 응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이었다.

어느 것 하나 내 예상과 맞아 떨어진 것은 없었다. 동생놈도, 김 여사도...그리고 올케도... 단 하나도 내 예상과 똑같지 않았다. 상상과 현실의 괴리? 그럴지도 모른다. 아니, 모르겠다.

그저 멍하다. 머릿속에 복잡하게 떠오르는 파노라마 같은 과거의 영상과 맞물려, 지독하게 멍하기만 하다. 과거의 내 잘잘못이 자꾸 떠올라 날 후회하게 만든다. 그 모든 게 내 탓이 아니라고 생각해 보지만, 그럴수록 몸의 떨림은 더욱 심해지기만 한다.

어떡해야 하지?

당황스럽고 난감하고, 무엇보다 이 정체 모를 감정의 범람이 주체할 수 없기만 하다.

차갑게 식어버린 손을 꼭 쥔 채 얼굴을 떠올려 보지만, 머릿속에 그려지는 얼굴은 왜 이리 흐릿하고 모호한지... 얼굴을 그릴 수 없을 만큼 오랜 시간, 선을 긋고 살았다는 자각과 후회가 고개를 자꾸 내민다. 내가 선택한 길인데도 결국 후회가 들고 만다.

어떡해야 하는 게 맞는 거지?

정말 모르겠다. 이런 식의 소식에 적응하기에 난 아직 수양이 부족했나 보다. 약이 될 세월이 내겐 아직도 모자랐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자. 그렇게 믿자. 그렇게...그렇게...








아버지... 끝까지 못난 자식이어서 미안해요.
한 번 얼굴 보고 싶다는데도 끝까지 고집만 부리던 못된 자식이라서 미안해요.
그곳에서는 나 같이 못난 자식 말고 제대로 아버지 위하는 그런 자식 만나시길 바라요.
정말... 미안해요.
정말...


잘 가요, 아버지.
거기선 정말 편하게 지내시길... 마음 앙금 없이 편히 지내시길...
잘 가요.

덧글

  • 박미연 2009/03/05 00:31 # 답글

    엇, 순간 멍하지만 우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좋은 곳으로 가셨으리라 믿으시고 잘 추스리세요. 아고, 무슨 말을 해 드려야 할 지 이 소식에는 그저 어벙벙하네요.

    그리고 그저 그렇게 마음을 흘려 보내세요. 넘쳐나면 나는데로... 세월이 얼마인데 그리 덤덤히 보낼 수 있었겠어요. 이번 일로 언니 스스로에게 상처 내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요. 아시죠?
  • D˙Arcy 2009/03/05 01:15 # 답글

    명복을 빕니다.
  • purpledog 2009/03/05 09:32 # 답글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예요.

    마꼴님...토닥토닥....(뭐라 말을 해야할지....ㅠㅠ)
  • yumi 2009/03/05 13:00 # 삭제 답글

    니 맘 아실꺼야.. 기도해라 는 말 밖에 해줄말이 없다
    힘내..
  • 대공학자 2009/03/05 22:14 # 삭제 답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너무 갑작스러워서...
    좋은 곳으로 가셨길 나도 바랄게.
    마양... 힘내...
  • 유키라 2009/03/06 01:20 # 답글

    꾸아아아악
  • Myggol 2009/03/07 22:08 # 답글

    위로해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덕분에 마음 편하게 모시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멀리 있기에 직접 인사 못 드린 것, 양해 부탁드릴게요.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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