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1일, 촛불 집회를 다녀오다 ☆ 散策/天記

촛불 집회에 갔다 왔다. 혼자 갔다간 괜히 무리(?)할 것을 염려한 올드 김 여사의 걱정 때문에 혼자는 못 가고, 김 여사와 동행을 했다. 때문에 처음부터 저녁 9시까지라는 한계를 가지고 가게 되었다. (마음 같아선 거리 시위에도 동참하고 싶었지만;;)

오후 세 시 넘어 도착한 인사동에서 제일 먼저 목격한 것은 장례 행렬. 소머리에 꽃을 단 채, 상복을 입은 사람들이 장례 퍼포먼스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전의경이 졸졸 쫓고 있었다. 흡사 어미 닭을 쫓는 병아리의 형국이었다; (김 여사의 핸폰 카메라가 내 것보다 좋아, 핸폰을 빌려 촬영; 카메라를 안 들고 간 것이 심히 원통!!ㅠ_ㅜ)

그런 뒤, 인사동을 지나 청계천에 들어갔을 때 뜻밖의 사람들을 목격했다. 무지개 깃발을 든 그들의 정체는 성소수자였다. 나중에 알았지만 31일부터 퀴어문화축제가 시작한단다. 그 시작점을 청계천 시위 퍼레이드(?)로 하는 모양이었다.



청계천 길가를 가득 메운 무지개 색은 참 고왔다.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들이 바뀐다고 해도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 같았다. 간간이 혀를 차며 그들을 보는 나이 든 아저씨와 멀찌감치 서서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보는 이들. 그러든 말든, 그들은 흥겨운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며 경쾌한 행진을 이어갔다. 소라 기둥을 기점으로 빙그르르 돌며.

김 여사가 그들을 보곤 "오죽하면 나왔겠어"라는 말을 하셨다. 확실히, 대통령 하나 잘 뽑은 덕에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온다. 남녀노소, 나이불문, 취향 불문의 많은 사람들이. 문득 어디선가 본 말이 떠올랐다. 2mb가 업적은 사람들을 하나로 만든 것이라는. 어쩌면 대단한 업적일지도 모르겠다. -_-

시청 쪽으로 가던 중, 목격한 살수차.
이 살수차가 현 시각, 사람들에게 물대포를 쏘는 그 살수차일지도 모르겠다. -_-^

시청으로 가는 길목에 있던 건물엔 이런 것이 꽤 붙어 있었다. 사람뿐 아니라, 건물도 고생이다. =_=

저 안내문(?)의 옆에 붙어 있던 한 포스트잇.

아마도 전의경의 부모인 듯싶다. 그들도 당신들의 자식이 고생하는 게 서글펐을 것이다.
정말 대통령 하나 덕에 많은 존재가 고생이다. -_-^




대략 1시간 가량을 청계천에서 기다렸건만, 사람들이 별로 모이지 않았다. 혹시 장소를 잘못 알았던가, 싶어 시청으로 이동하니 이미 닭장 차가 광화문으로 가는 길을 딱 막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인도마저 닭장 차로 딱 가로막아 아예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이러니 사람들이 도로로 이동하지.-_-



엄청나게 길게 이어진 닭장 차 행렬. (광화문부터 시청 앞까지 쭉쭉! 도대체 몇 대야;;)




어느 닭장 차에 붙어 있던 불법 주차 경고문. 시민이 만들어서 붙인 것이다. 참 아이디어 좋다! -_-)b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시청 앞엔 사람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단란한 가족, 교복을 그대로 입은 소녀들, 대학생으로 보이는 사람들. 삼삼오오 모여 앉아 손엔 피켓과 촛불을 든 채 열심히 구호와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있어 그럴까? 아니면 공통분모를 가진 채 각자 모여서 그럴까? 앞과 뒤가 조금 따로 놀고 있었다. 여기저기 휘날리는 깃발들 사이로 어디는 앞 무대에 관심을 기울리고, 어디는 관심 없이 자기들까지 이야기를 하고 있기도 했다. 정말 따로 논다는 느낌이 여실하게 들었다. 이런 분위기를 내내 봤을 텐데도, 주모자를 찾는 경찰이 한심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처지도 있겠지만, 거참.-_-;;




휘날리는 깃발 중 단연 눈에 띈 것은 '토론의 성지 아고라' 이제 아고라도 배후로 몰리겠네. ^^;;

피곤하시다는 김 여사의 말씀에 원 약속과 달리 우리는 8시에 시청에서 일어서야 했다. 그때 올려다본 프라자호텔의 제일 위엔 카메라 플래시로 보이는 것들이 꽤 있었다. 누굴까? 라는 내 질문에 김 여사는 깔끔하게 '여기 못 오는 조중동이겠지'라셨다. 후후후;


명동으로 가던 길에 본 유모차 부대; 애들도 엄마도 고생이다; 누구 때문인지! -_-+


그렇게 아쉬운 마음을 머금은 채 돌아가던 길, 거리 시위를 시작한 행렬을 볼 수 있었다. 엄청난 인파가 모였다는 것을 증명하듯 꼬리에 꼬리를 문 채 많은 사람들이 도로를 걸었다. 덕분에 이동하던 버스와 차들이 옴짝달싹도 못한 채 서 있어야 했건만, 어디에서도 불만의 목소리는 터지지 않았다. 내가 보기엔 좀 짜증날 만도 했는데 말이지. -_-a

보는 내내 끼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오늘은 김 여사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애당초 그럴 것이라고 예상했었으니 별 수 없었다. 어쨌든 처음 갔다온 촛불 집회는 조금은 무질서했지만, 무거운 분위기는 전혀 없었다. 축제 혹은 나들이 같은 분위기. 정말 이런 분위기로 시위를 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이 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

지금 현재도 촛불 시위는 진행 중이다. 살수차로 물을 뿌리는 걸 보며, 끝까지 참석하지 않은 걸 괜히 후회 중이다. 어쩔 수 없었지만. 에휴.

자, 이제 남은 건 승리뿐이다!
퇴진해라!! 쥐박.-_-
폭력 경찰도 물러가라!!!
물대포 좀 그만 쏘라고!!! (어디 불난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쏴!!)


새벽 3시 덧붙임.
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 아아, 김 여사 집에 돌려보내고 끝까지 남을 걸. 후회만 생긴다. ㅠ_ㅜ
아아, 그만 좀 쏴라! 뭐 그리 큰 죄라고! T^T

새벽 5시 덧붙임.
물대포 직방으로 맞은 여학생은 실명이라고 하고, 진중권 교수는 연행.-_- 게다가 효자동, 삼청동, 광화문 전부 강제 진압 및 연행이다.ㅠ_ㅜ 미쳤다, 미쳤어! 개떼 같은 전의경으로 이젠 518을 재현하다니! 돌았다, 이놈의 나라, 돌았다!!! ㅠㅜ

덧글

  • 게더링 2008/06/01 04:12 # 삭제 답글

    새벽 4시입니다... 아직도 퍼부어대고 있습니다... 미친거죠..
  • Myggol 2008/06/01 04:50 #

    저도 현재 보고 있습니다. 보면서 끝까지 남지 않을 걸 후회하고 있어요. 정말 제대로 미쳤어요! 어쩌자고 저런 짓을 태연자약하게 하는지!!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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