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의 명동, 미녀는 괴로워, 그리고... ☆ 散策/天記

크리스마스 이브의 명동은 붐비기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알고 가긴 했지만, 심하긴 심했다. 도로체증만 문제가 아니라, 인간 체증(;;)도 문제라고 생각했달까? -_-;

사람에 밀려서 내 의지가 아닌 타의에 의해 걷는다는 건, 이래저래 불쾌한 경험이다. 31일의 종각에 비하면 그나마 숨쉬기는 수월했으니, 그걸 위로 아닌 위로로 삼고 걸었다. 어차피 각오하고 간 길이었으니까. 참 희한한 것은 커플만 잔뜩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내 생각과 달리 의외로 가족(어머니와 딸?)으로 온 사람들도 제법 되었다는 것이다. 크리스마스엔 가족과 함께, 라는 게 비단 내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구나, 하고 혼자 고개를 끄덕거렸다. 훗; 솔로 만쉐이! -_-)/

어쨌든, 본래의 목적은 영화를 보는 것이었다.

원래 기대를 하고 영화를 보면 실망을 하게 된다고 하던데, 확실히 그 법칙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적용이 되었다.

워낙 평이 좋았기에 상당히 기대를 하고 본 영화의 시작은 기대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주었다. 적어도 클라이막스 전까지는 로맨틱 코메디 영화로써 흥미로웠고, 억지도 덜 했다. (성형만으로 대변신을 하는 게 아니라 1년 정도 운동을 했다는 것 역시 보여줌으로써 억지성을 덜어냈다고 할까? 1년이라는 시간의 한정은 어느 정도 억지일 수도 있지만;) 김아중의 약간 속삭이는 듯, 코맹맹이 소리도 역할과 잘 어울려서 괜찮았다.

그러나 클라이막스로 향하면서, 여주인공인 '한나'의 비밀이 들통나 그걸 해결해 가는 과정은 상당히 작위적이었다. 그 과정을 조금은 다르게 해결해줬을 것이라 믿은 내가 바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난 '한나'의 비밀이 끝까지 유지가 되고, 미인만을 바라는 세상을 향해 통쾌한 콧방귀를 뀌길 바랐다. 사실 착하디 착한 '한나'라는 인물이 그렇게 독할 수 없다고 연거푸 언급을 했다고 해도, 그런 걸 원했다.

기실 '한나'도 그렇게 착한 인물은 아니지 않은가? 자신의 수술을 위해 그녀가 선택한 방법은 (영화에선 코믹하게 다뤘지만) 그녀 역시 마냥 착하기만 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그녀가 그토록 핍박을 받던 생활에서 탈피해 미녀로 거듭난 뒤에 세상을 비웃었으면 하는 바람이 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수도 있다. 그렇기에 내게 엔딩에 근접한 장면들은 이래저래 씁쓸했다.

'미녀는 괴로워'는 내게 '성형수술 만세!'로 보였다. 착한 성격만 가지고 착한 몸매를 가지지 못한 여자들이여, 착한 몸매로 수술하면 그대의 인생은 성공할 것이다~ 라고 외치는 것으로 보였다고 하면, 조금 극단적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큰 기대는 큰 실망감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했다. 뭐 그래도 엔딩을 제외하면 나머진 괜찮았으니 큰 실망감이란 말은 약간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겠다.

아무튼 영화는 전반적으로 좋았고, 김아중의 노래 실력도 좋았고, 나오는 노래 하나하나 다 영화와 잘 매치도 되었다. 출연 배우의 연기력도 나쁘지 않았다. 특별히 튀는 인물이 없이 전반적으로 잘 버무려진 영화였다. 특히! 주진모는 여전히 매력적이더라. 어머니와 둘이서 왜 주진모는 안 뜰까, 하고 덜심각하게 고민도 했다. 그의 매력적인 목소리와 눈매, 입술. (훗;) 팬질 해볼까, 하고 잠시 생각도 했었다. -_-


다른 이야기로 돌아가서, 영화를 다 보고난 뒤 루미나리에를 보며 광화문까지 걸어갔다. 날도 그렇게 춥지 않은 덕에 걷기에도 좋았다. 루미나리에 근처의 엄청난 인파만 아니었다면. =_=; 덕분에 어머니가 31일에 종각 가는 것을 포기했다. 31일의 종각은 이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인데 머리를 설레설레 흔드셨다. 도저히 그 많은 인파 사이에 낄 게 끔찍하시단다. 다행이다. 안 그래도 31일을 어찌 보낼까, 끔찍했었는데. 이로써 연말도 집에서 보내는 것으로 확정이다.

사람이 붐비는 시기엔 집에서 보내는 게 최고다. 그걸 다시금 확인한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_-)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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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06/12/25 15:12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박미연 2006/12/26 23:00 # 답글

    주진모는 내 애첩인데.... 주진모가 못 뜨는 이유는 키가 180을 못 넘어서!! 화면발에서 약간 밀리잖아요 ㅠ..ㅠ
  • Myggol 2006/12/26 23:49 # 답글

    비공개 님/ -_ㅜ 그저 용서를 바랄 뿐...;
    미연냥/ 으음; 그래도 상대가 작으면 나름대로 용서가 되는 키라고 생각해.-_-; (목소리가 죽이기에 다 용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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